꿈?진로? 때문에 심각한 고민

안녕하세요 올해 18살 된 평범한 외동 여고딩입니다 지금 너무 심란해서 글이 지저분할 수 있는데 참고 봐주셨으면 좋겠어요..제목은 꿈(또는 진로) 때문에 고민중이라고 써놨지만 사실 제가 가진 꿈과 제 안에 있는 또 다른 꿈, 그리고 현실적인 벽 이렇게 세 가지 안에서 갈등 중이에요.
 
저는 8살 때부터 가수를 꿈꿔왔어요. 노래를 얼마나 잘 부르고 춤을 얼마나 잘 추길래 가수가 되겠다고 나대냐, 연예인 되서 뜨는 게 얼마나 힘든 줄 아냐, 연예계가 얼마나 더럽고 힘든 곳인 줄은 아냐  이런 말은 하지 않으셨으면 해요 충분히 알고 있고, 저것들 모두 제가 지금 고민에 휩싸인 이유들 중 하나입니다.
 
초등학생 때(특히 저학년) 학교에서 하는 학습지 중에 장래희망 적어서 내는 거 많이들 하잖아요?그걸 숙제로 내 주셔서 부모님이랑 장래희망 이야기하다가 고민 없이 가수라고 말했습니다. 근데 저희 집안이 워낙 예술 쪽(특히 연예인 되는 건 더요)에 부정적이기도 하고 부모님은 제가 공부를 잘하고 공부에만 매진하기를 바라셔서 그런지 충격받으신 것 같더라고요. 어릴 때부터 저는 말썽 한 번 안 피우고 공부도 제가 먼저 하고싶다고 말하는 바른 아이였습니다. 지랄총량의법칙인지 뭔지 때문에 사춘기가 오면서 다 터져버렸지만요.
 
어쨌거나 저는 가수라는 꿈을 입 밖으로 내뱉은 그 순간부터 온 가족들에게 조롱을 당했습니다. 네가 노래를 부를 줄이나 아냐고 하시더군요. 연예인 되는 게 얼마나 힘든 줄 아냐고. 물론 그 땐 몰랐죠 8살이었으니까요. 아무것도 모르는 8살의 어린 아이였던 제가 가수라는 꿈을 가졌다는 것 보다 그 8살 아이를 비웃으면서 이런저런 말로 상처를 주셨다는 게 전 아직도 충격적이네요. 모든 부모님이 예술은 반대한다고 하시는 분들 많을 것 같아서 미리 말씀드리자면, 저희 부모님은 제가 어렸을 때부터 말씀하실 때 ‘필터링’이 없었어요. 그냥 단순히 응답하라 시리즈에 나오는 성동일씨처럼 욕설을 하시는 게 아니라 ‘싸가지 없는 년’, ‘죽도록 맞고 싶냐’, ‘내가 널 못 때려서 이러고 있는 줄 아냐’, ‘우는 건 꼴도 보기 싫으니까 어서 들어가던지 말던지 해라’ 등등 몇 년 전에 들은 건데도 어조와 표정까지 싹 다 기억날 정도로 심한 말을 많이 하셨습니다. 더 어릴 때는 학습지(구몬같은거요)를 푸는데 잘 풀지 못해 베란다 밖으로 학습지를 통째로 던져 버리시거나, 초2때는 구구단을 잘 외우지 못한다고 아빠가 회초리를 들고 오셔서는 ‘이따 엄마가 들어올 때 엄마에게 매달려 구구단을 못 외웠다는 구실로 아빠가 이랬네 저랬네 하면 맞을 줄 알아라’ 라고 얘기하신 기억도 나네요. 너무 구체적이라 주작이라고 하실 수도 있겠지만 저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 장기기억을 잘 합니다. 장기 기억만요. 그리고 아무리 장기 기억을 못 하는 사람이라고 해도 저런 말과 행동을 잊을 수야 있나요?
 
너무 헛소리를 많이 한 것 같은데 정리하자면 저는 8살부터 가수라는 꿈을 키워왔고, 한 순간도 저 꿈을 버려본 적도 잊어본 적도 없고, 노력도 하지 않으면서 마냥 가수가 되겠다고 발악하는 것도 아닙니다.제가 처음 가수라는 꿈을 가졌을 때는 실력도 없고 그냥 가수들을 동경했던 게 사실입니다. 8살의 어린 저였으니까요. 하지만 저는 보컬, 댄스 트레이닝을 받지 않았을 뿐 시간이 나는대로 노래와 춤 연습을 해서 지금은 어딜 가서든 인정받을 정도로는 성장했습니다. 이에 대해서 저만큼 하는 애들 널려있다는 식의 지적은 하지 않으셨으면 해요 제 글의 요지는 ‘가수가 되고 싶은데 어쩌죠’가 아니라 ‘꿈과 또 다른 꿈, 현실 중 무엇을 택해야 할까요’ 입니다.
 
위에서도 언급했듯 저희 집안은 예술에 부정적이었던 탓에 저는 꿈을 바꿔보려는 노력도 했습니다. 그래서 다시 가족들에게 제 꿈을 말했죠. 결과는 참담했습니다. 다시 조롱당했어요. 미래가 밝지 않고 경쟁률이 세고 수입이 많지 않다는 것이 이유였습니다. 그 때문에 저는 꿈으로 수없이 거짓말을 해서 저 자신까지 속이는 나쁜 아이가 되어 버렸습니다. 물론 사람들은 절 나쁘다고 하지 않아요 그들은 제가 거짓말로 꾸민 이 꿈이 제 진짜 꿈인 줄 아니까요.
 
거짓말로 꾸며낸 꿈조차 외면받은 후 저는 일체 꿈 얘기를 하지 않았습니다. 가족들은 물론이고, 가장 친한 친구에게도 저의 진짜 꿈인 ‘가수’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죠. 아니 하지 못했다고 하는 게 더 맞겠네요. 그리고 저는 부모님을 원망하며 살아왔어요. 제가 하고 싶은 일에 대해 응원해 주시지 않는다는 것이 이유였습니다. 저희 부모님은 제가 어떻게 노래하는지, 어떻게 춤을 추는지 보신 적이 없거든요. 어릴 때부터 공부를 제외한 모든 것은 제가 못하는 것이라고 세뇌시키셨고, 공부만 하길 바라셔서 친구도 많이 못 만났습니다.
 
그러던 제가 꿈 때문에 마음이 조급해지게 된 이유는 얼마 전에 읽은 책 때문입니다. 그 책의 내용이 저와 일치하더군요. 소름이 돋을정도로 똑같아서 저는 그 책을 읽고 제 얘기 같다는 생각에 많이 울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친한 친구들에게 제 고민을 털어놨어요. 조언은 다양했습니다. 힘내라, 어서 부모님과 얘기를 해 봐라, 그게 안 되면 편지를 써 봐라, 조급해 하지 마라 등등..
친구들에겐 고마웠지만 저런 조언들이 힘이 됬다고는 말하지 못하겠습니다. 저희 부모님과는 대화가 불가능해요. 외동인 터라 집안에서 항상 저는 약자였고, 부모님 2분이 저를 둘러싸고 가시같은 말을 퍼부었습니다. 제가 대화를 시도하려고 하면 제 말은 제대로 듣지도 않고 그게 틀렸다고만 말씀하셨어요. 왜 틀렸는지는 말씀하시지 않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자라온 저는 부모님을 원망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제 안에 잠재우고 있던 또 다른 꿈이 생각났어요. 그 꿈이 뭔지는 말씀드리고 싶지 않네요 죄송합니다 이 꿈은 진로와 관련되어 있지는 않고 별 다른 노력 없이 이루어 질 수도 있는 꿈이에요. 하지만 가수라는 꿈을 이루게 되면 실현이 불가능해지는 꿈이기에 저는 갈등 중입니다.
그리고 분명 작년까지만 해도 가수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제 모든 것을 포기할 수 있다고 자신있게 말했던 제가, 갑자기 자신감을 잃었습니다. 물론 저는 꿈을 이루기 위해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을 포기해야 한다면 저는 할 수 있어요. 하지만 그것들을 주고 돌려받는 것이 연예계의 더러움과 타락함이라면 저는 싫습니다. 연예계에 속한 모든 사람들이 그렇다는 것이 아니에요.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이기에 저도 그런 사람이 될까 두려운 겁니다.
 
하지만 또 한 가지 문제가 있다면, 전 음악 말고는 다른 것에 관심이 없어요. 음악만 바라보고 살아왔기에 다른 걸 잘 하지도 못합니다.
가족들과 친척들의 기대도 저버리기가 두려워요. 저버리기 싫은 것이 아니라 두렵습니다. 모든 곳에서 외면받을까 두려워요. 저는 예고는 아니지만 남들이 다 부러워하는 좋은 학교에 다니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그리고 이 학교 학생들이 기대하는 것은 뻔합니다. 좋은 대학에 좋은 직장. 제가 정말 가수가 될 거라면 이렇게 좋은 학교에 비싼 학비를 내고 다니면서 시간을 허비해야 할 필요가 있나 싶어요. 빨리 결정을 내리고 싶은데 그게 쉽지 않습니다.
 
제가 욕심이 너무 많은 걸지도 모르겠네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가장 중요한 한 개를 선택해라.’ 이런 말은 감사하지만 괜찮습니다. 저에겐 제가 현재 가진 꿈(가수), 미래에 이루고 싶은 꿈, 현실의 벽 이렇게 세 가지가 모두 중요하기 때문에 끝없는 고민을 하고 있는 거에요. 저에겐 여기에 글을 쓰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해 글 남깁니다. 다시 한 번 제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 드릴게요.